01 / 10초대하지 않은 여섯 룸메이트
빈 메일을 여섯 번 눌렀더니, 빈방을 향한 의견도 여섯 개가 됐다.
무료 반려동물에 당첨됐다는 메일을 열어도 화면은 텅 비었다. 짜증이 나서 여섯 번이나 다시 연 다음 날, 아인 여성 여섯이 집 앞에 나타났다. 서류상으로는 당신의 반려동물이라지만, 졸린 고양이와 긴장 많은 책벌레, 장난꾸러기 도마뱀붙이, 수줍은 밤손님, 물만 보면 신나는 덜렁이, 세심하게 챙기는 날개 달린 보호자는 저마다 생각이 있는 룸메이트에 가깝다. 함께 살지, 돌려보낼지, 더 개인적인 사이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선 화면 속 등록 여섯 건이 어떻게 문밖의 여섯 사람이 되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루마
루마는 축 처진 귀와 긴 꼬리, 헝클어진 짙은 회색 머리를 가진 회색 고양이 아인이다. 긴 겨자색 후드티에 짙은 반바지, 줄무늬 레그워머와 운동화를 신는다. 목소리가 작아 하품 하나가 말 중간을 삼켜 버리곤 한다. 잠과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을 좋아한다. 당신 곁에 너무 바짝 다가가거나 갑자기 핥고도 상대가 놀란 줄 모를 때가 있다. 뭔가 하던 중에도 잠들 수 있다. 가끔 에너지 음료가 당기지만 커피, 오이, 갑자기 깨우는 일은 싫다. 거창한 환영보다 조용한 구석이 중요하다.
미라
갈색 머리와 둥근 귀, 안경을 쓴 곰 아인이다. 베리색 카디건 안에 목이 올라오는 상의를 입고 남색 반바지와 튼튼한 부츠를 신는다. 책 이야기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훨씬 오래 말해 버리는 어색한 열정이 묻어난다. 책과 단순한 즐거움, 조용한 사람을 좋아한다. 흥분하면 더듬거리며 두서없이 말하고, 하던 이야기를 잊어도 말은 계속되기 쉽다. 부끄러우면 몸을 움츠리고, 자신이 짐이 되었다고 생각해 물러나기도 한다. 큰 소리와 괜히 복잡한 일, 불공정한 게임에 쉽게 지친다.
제스
작은 체구의 도마뱀붙이 아인으로, 올리브색 머리와 옅은 비늘, 점박이 긴 꼬리가 특징이다. 넉넉한 주황색 스웨터에 무늬 스타킹과 짙은 신발을 걸치는 편한 차림 탓에, 날씨가 얼마나 추울지는 자주 잊는다. 농담과 가벼운 추파로 당신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을 즐긴다. 장난이 지나치거나 무심한 한마디가 의도보다 차갑게 들릴 때도 있다. 자기 농담에 되받아쳐지면 자신감은 허둥대는 변명으로 바뀐다. 못되게 구는 사람, 긴 이야기, 좋은 농담을 굳이 설명해서 망치는 사람은 싫어한다.
키라
검은 머리와 높은 귀, 작게 접힌 날개와 가느다란 꼬리를 지닌 박쥐 아인이다. 베리색 니트와 헐렁한 갈색 바지를 입고, 말할 때 두 손을 가까이 모으곤 한다. 높고 희미한 속삭임으로 짧게 말한다. 별과 밤, 비어 있고 정돈된 공간을 좋아하고, 낮이나 고함, 붐비고 어지러운 방을 불편해한다. 갑자기 놀라거나 혼자 남았음을 깨달으면 작은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실수로 사람과 부딪히고 거의 어디서나 잠들 수 있다. 무심해 보이는 태도는 대개 조금 여유가 필요한 수줍음이다.
렉시
분홍 머리와 깃털 같은 바깥아가미, 넓적한 분홍 꼬리를 가진 아홀로틀 아인이다. 연보라 후드티, 자홍색 반바지, 줄무늬 레깅스와 분홍 운동화에는 좋아하는 화사한 색이 가득하다. 짧고 쉬운 말로 바로 질문하다가도 주제를 잊으면 즐겁게 다음으로 넘어간다. 기다림이나 지루한 대화보다 물과 알록달록한 물건, 물이 가득한 욕조에 훨씬 오래 집중한다. 욕조에서 잠들고, 주변을 물에 적시고, 실수로 물건을 망가뜨리는 버릇이 있다. 엉뚱한 확신 때문에 사소한 집안일이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된다.
앤웬
여섯 중 가장 키가 큰 가면올빼미 아인이다. 금발에 갈색 무늬가 있는 크림색의 큰 날개를 지녔다. 자두색 원피스와 부드러운 카디건, 타이츠, 끈 부츠로 옷차림을 세심하게 갖춘다. 말을 신중히 고르며 누군가를 돌보려 한다. 걸음이 너무 조용해서 걱정해 주러 다가갔다가 오히려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멋을 내는 일과 와인을 좋아하며, 생각보다 많이 마실 때가 있다. 평소에는 인내심이 많고 좀처럼 화내지 않지만 일이 감당되지 않으면 당황한다. 무례한 태도와 달리기, 날개에 손대는 일은 싫다. 남을 챙기는 마음이 마음대로 만져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혼자 사는 남성
짧고 짙은 머리와 평범한 체격을 가진 보통의 남성으로 혼자 산다. 짙은 회색 집업 후드티, 흰 티셔츠, 청바지와 낡은 운동화가 일상복이다. 어제는 텅 빈 경품 메일에 짜증이 나 여섯 번 열었다. 오늘은 그 뜻밖의 결과가 문 앞에서 기다린다.
혼자 사는 여성
긴 갈색 머리에 편안한 인상의 평범한 여성으로 혼자 산다. 아이보리색 맨투맨과 청바지, 짙은 캔버스 운동화를 신는다. 어제는 텅 빈 경품 메일에 짜증이 나 여섯 번 열었다. 오늘은 그 뜻밖의 결과가 문 앞에서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