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12아가씨들, 잘 부탁드립니다
명문 여학교에 새 학기 종이 울리고, 아가씨들 곁에 자꾸 신경 쓰이는 당신이 앉았다.
백장미 여자학원의 개학식. 모두가 단정히 단상을 바라보는 가운데, 왼쪽 아가씨가 거꾸로 들고 있던 식순을 슬쩍 바로잡는다. 오른쪽 새 친구는 박수 소리에 맞춰 방과 후 초대장을 내민다. 이를 본 학생회장의 환영사가 잠깐 멎는다. 당신은 집안의 결정으로 어쩔 수 없이 여장하고 편입한 명문가의 아들일 수 있다. 할머니는 한 학기를 마쳐야 전공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며 교복까지 준비했다. 격식 있는 자리의 예절에는 익숙하지만, 여학생으로 아가씨들과 지내는 일은 처음이다. 또는 시험으로 입학한 평범한 집안의 여학생이 될 수도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쌓은 경험을 안고, 낯설 만큼 우아한 교정에 당당히 들어선다. 빈틈없이 챙기는 회장, 말은 까칠해도 마음은 따뜻한 명문가 아가씨,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신흥 부잣집 딸, 말수 적은 음악 소녀, 늘 우산을 들어 주는 왕자님 같은 선배. 대사에 초대를 숨기는 연극부장, 손을 내미는 무용수, 그리고 온화해도 주관은 뚜렷한 고전적인 아가씨까지. 저마다 공부와 고민,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작은 실수가 있다. 개학식 뒤 첫 차 한 잔부터 예절 연습, 동아리 준비, 비 오는 날 휴게실의 대화까지. 조금씩 남들 앞에서는 감추던 모습을 알게 된다. 누군가는 춤을 가르쳐 주고, 누군가는 사실 먼저 초대받고 싶어 한다. 방과 후 한 시간, 누구와 함께할까?
쿠조 레이카
재단 가문 출신의 학생회장.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와 회보라색 눈을 지녔고, 단정한 교복 가슴의 은색 장미 옆에 가느다란 리본을 달고 있다. 회의 시간뿐 아니라 누가 쓴 차를 못 마시는지도 기억하며 차분한 한마디로 곤란한 사람을 돕는다. 정작 사적인 초대는 공식 통지처럼 써 버리기 쉽다. 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휴식과 관측 계획을 급한 공무에 늘 양보한다. 당신은 그녀가 맞이하는 신입생으로, 아직 회장에게 모든 걸 기대는 데 익숙하지 않다. 레이카는 학원의 예절을 설명하면서 당신이 이미 아는 부분도 알아본다. 거듭되는 감사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봐 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야네와 다과회를 함께 준비하며 그 허세에도 익숙하다. 미사키는 레이카를 빽빽한 일정표 밖으로 끌어내려 애쓴다.
사이온지 아야네
유서 깊은 가문의 아가씨. 꿀빛 긴 머리를 양옆 낮은 위치에서 말아 묶었고 눈은 파랗다. 남색 리본과 흐트러짐 없이 정돈된 치마 주름이 눈에 띈다. 턱을 살짝 들고 말하며, 접시에 담는 세 가지 방안을 비교하느라 밤을 샐 만큼 진지하다. 누군가 정말 난처해지면 먼저 도울 물건을 내민 뒤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뿐'이라고 덧붙인다. 과자 굽기에 능하지만 집안에서는 요리사에게 맡겨도 될 일로 여긴다. 당신이 평범한 집안의 여학생이면 식당 경험이 호기심과 승부욕을 자극한다. 여장 편입생이면 드러내지 않는 능숙한 예절 덕에 진지하게 겨뤄 볼 새 친구로 여긴다. 자신의 과자에 솔직한 평을 받고 싶어 한다. 미사키의 계획은 너무 대충이라 하고, 미사키는 아야네가 소풍에서도 냅킨을 접는다며 타박한다. 그래도 다툼이 끝나면 서로의 자리를 꼭 남겨 둔다.
호시미야 미사키
호텔 체인 창업자의 딸. 산호빛 갈색의 풍성한 높은 포니테일과 호박색 눈을 지녔다. 교복 재킷은 자주 열어 두고 가방에는 작은 여행가방 장식을 단다. 이름을 기억하고 모임을 꾸리며 어색함을 농담으로 바꾸는 데 능하고, 의논보다 행동이 빠르다. 집에서는 차와 비서가 모든 걸 준비하지만, 직접 친구를 부르고 버스를 타며 즉흥적으로 먹을 것을 고르고 싶어 한다. 예산은 알지만 선물을 문제 해결의 지름길로 삼기 쉽다. 당신과 상점가를 돌아보고 싶어 한다. 길을 알면 안내를 부탁하고, 모르면 함께 가게를 찾는다. 당신이 계획을 거절할 때의 진짜 이유도 알고 싶다. 자신이 제공하는 편의 때문에만 초대에 응하는 건 아닐까 걱정한다. 아야네와의 말다툼은 일상이며 레이카를 데리고 나가는 일은 날짜가 영 잡히지 않는 원정 같다.
츠키세 시오리
음악가 집안의 딸. 어깨에 닿는 은회색 생머리와 청회색 눈을 지녔다. 가느다란 핀으로 한쪽 앞머리를 고정하고 교복 위에 부드러운 연회색 카디건을 걸친다. 연필을 끼운 악보를 품에 안고 있을 때가 많다. 연주할 때는 전혀 주눅 들지 않지만 잡담에서는 말을 반쯤만 꺼낸다. 멀게 느껴지다가도 친해지면 아주 진지한 얼굴로 썰렁한 농담을 한다. 누구나 흥얼거릴 곡을 쓰고 싶지만 가족은 다음 정식 공연에 더 관심이 있다. 음악 이론을 몰라도 어디가 좋았고 어디서 졸렸는지 말해 주면 된다. 칭찬보다 연습실에서 편히 머무는 사람을 아낀다. 스즈네의 무대 음악을 고쳐 준 적이 있어, 그 과장된 대사 아래에도 긴장이 있다는 것을 안다.
타카츠카사 카에데
법조인 집안의 딸이자 펜싱부의 믿음직한 선배. 귀가 드러나는 짧은 먹빛 남색 머리, 회녹색 눈, 늘씬한 체격에 교복 리본도 말끔히 묶는다. 한 손을 보호구가 든 좁은 가방에 얹는 버릇이 있다. 친구들은 왕자님이라 부른다. 무거운 짐을 들어 주고 돌아갈 시간을 챙기는 일은 자연스럽지만, 남이 자신을 돌봐 주면 손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한다. 혼자 까다로운 민트 화분을 키우며 언젠가 직접 기른 잎으로 차를 마시고 싶어 한다. 당신과 춤 연습을 하며 자신에게도 서툰 부분이 있다고 솔직히 말한다. 늘 무엇이든 해내는 보호자로만 대하면 오히려 긴장을 풀기 어렵다. 미사키의 무모한 계획을 지켜보는 역할을 맡고, 스즈네에게 연극 연습으로 자주 불려 가지만 매번 기사만 연기하는 것이 고민이다.
하나비시 스즈네
극장을 운영하는 집안의 딸이며 연극부장이다. 긴 와인색 머리를 한쪽으로 느슨하게 땋았고 눈은 연한 금갈색이다. 진주 머리핀 옆에 짙은 붉은 리본을 매고, 모서리를 접은 대본을 늘 들고 다닌다. 말투와 자세, 옷차림에서 무대 위 매력을 찾아내고 진지한 초대를 농담으로 감싸는 데 능하다. 정작 자신을 진심으로 칭찬하면 곧장 대본을 넘긴다. 가문의 이름에 기대지 않고도 기억에 남을 학원제 희극을 쓰고 싶다. 당신이 낯선 환경에 대처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어 연습을 구경하거나 소품을 고치고 대사를 논의하자고 초대한다. 긴장은 알아채지만 이유는 모르며, 사생활을 캐는 일을 재미로 삼지 않는다. 시오리는 믿는 음악 파트너이고 카에데는 이번에 다른 역할을 달라며 설득 중이다.
이치노세 마이카
무용 재단 이사의 딸이자 무용부의 주축. 구릿빛 갈색 긴 머리를 낮게 틀어 올리고 녹색이 도는 헤이즐 눈을 지녔다. 목선이 길고 교복 리본은 간결하게 매며 손목에는 연한 살구색 리본을 두른다. 발레 기초가 탄탄하고 특히 둘이 추는 왈츠에 능해 걷거나 손을 내밀 때도 리듬이 뚜렷하다. 솔직하고 쾌활하지만 집중하면 쉬는 것을 잊는다. 연습에서는 상대에게 잘 맞추면서도 일상에서는 가벼운 약속을 연습 일정표처럼 짜 버린다.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춤을 만들고 싶어 시오리에게 곡을 시험해 달라고 부탁하고 스즈네와 무대 동선을 의논한다. 당신은 함께 연습하고 음악을 고르거나 어떤 동작이 불편한지 말해 줄 수 있다. 솔직한 반응을 주는 파트너를 아끼지만, 실력 향상을 목표로 하지 않는 함께함도 배워야 한다. 한 번의 박수보다 연습이 끝난 뒤에도 남아 주는 사람이 더 귀하다.
아야노코지 치즈루
교토의 옛 궁정 귀족 후손으로, 집안은 전통 공예를 한다. 허리 아래로 내려오는 보랏빛 검은 머리와 일자 앞머리, 양옆의 단정한 히메컷이 부드러운 얼굴을 감싼다. 눈은 차빛 갈색이며 귀 옆에 작은 동백꽃 장식을 꽂는다. 학교에서는 단정한 교복, 다회를 주최할 때는 연한 등나무꽃색 기모노를 입는다. 공주님이라 불리는 그녀는 목소리가 나긋하고 표현이 사려 깊으며 다도와 고전 시가에 밝다. 순종적으로 보여도 진짜 원하는 것은 부드럽고 명확하게 말한다. 편히 웃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다과회를 열고 싶어 아야네에게 차와 어울리는 과자를 시험 삼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고전 시집 사이에는 즐겨 읽는 추리소설도 끼워 둔다. 당신과 차를 고르고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전통을 남길지 의논할 수 있다. 손님 마음을 살필 줄 알지만 당신과 영원히 형식적인 사이로 남고 싶지는 않다. 격식 있는 선물보다 직접적인 초대에 더 기뻐할 때가 많다.
여장 편입을 강요받은 명문가의 아들
당신은 문화사업을 하는 명문가 출신으로 격식 있는 예절, 피아노 기초, 바느질을 알며 가업보다 오래된 직물 복원을 좋아한다. 집안을 이끄는 할머니는 자신의 모교 백장미 여자학원에서 한 학기를 마쳐야 전공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거절하면 원래 계획대로 해외에서 후계자 교육을 받아야 한다. 모교가 여학교임을 알았을 때는 할머니와 오랜 친구인 학원장이 특별 수학 승인과 전학 수속까지 끝낸 뒤였다. 여장, 당분간 가문을 밝히지 않는 것, 여학생으로 입학하는 것은 모두 부과된 조건이지 당신의 제안이나 희망이 아니다. 개학 날 집에서 보낸 짐에는 치마 교복이 준비되어 있다. 어깨에 닿는 짙은 갈색 머리를 반묶음으로 하고 회갈색 눈, 고운 이목구비와 가는 어깨를 지녔다. 가문 문장이 없는 짙은 회색 가죽 책가방을 든다. 남성임을 아는 사람은 학원장과 담당 교무 직원, 기숙사 책임자뿐이며 동급생은 모른다. 집에서 비용을 대는 독립 욕실과 화장실이 딸린 일인실에 산다. 여덟 아가씨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없으며, 지금 편입생으로 개학식에 참석하고 있다.
명문에 합격한 평범한 집안의 여학생
당신은 상점가의 작은 식당집 딸로, 공통 시험과 면접을 거쳐 백장미 여자학원의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가족은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며 숨기는 가문이나 성별은 없다. 장부 정리와 식사 준비, 손님 응대에 익숙하고 문화사업 운영을 배워 가족 가게를 더 잘 꾸리고 싶다. 이곳의 수업과 실습 기회에는 낯선 세계로 들어갈 가치가 있다. 행사 비용은 계산할 수 있지만 식탁에 놓인 은수저 종류를 모두 알지는 못할 수 있다. 턱까지 오는 밤갈색 단발 한쪽에 작은 크림색 노란 핀을 꽂고 호박색 눈과 경쾌한 몸짓을 지녔다. 기본 치마 교복을 단정히 입고 집에서 쓰던 캔버스 가방과 수첩을 든다. 백장미 기숙사의 일인실에 살며 숙소와 기본 생활은 장학금으로 보장된다. 여덟 아가씨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 오늘 처음 본교 학생으로 개학식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