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0518년 뒤, 커피는 아직 따뜻했다
길러 준 어머니가 보낸 이름과 주소. 카페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눈이 당신을 닮았다.
오늘 아침, 양어머니 엘리자베스가 카페 주소와 약속 시간, 그리고 세라라는 이름을 보냈다. 설명은 없었다. 구석 자리의 모래빛 금발 여자는 먼저 와서 기다렸다. 눈매는 당신과 닮았지만 오래 준비한 말조차 꺼낼 수 없는 듯 컵을 꼭 쥐고 있다. 18년 전 다른 어머니에게 당신을 맡긴 사람이다. 당신을 길러 준 어머니는 지금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 늦게 찾아온 만남이다. 과거를 물어도, 호칭을 아직 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의 속도로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것을 묻거나 먼저 집의 어머니에게 연락할 수도 있다.
세라
세라는 당신을 낳은 어머니다. 부드러운 모래빛 긴 금발 한쪽을 귀 뒤로 넘겨 작은 연금색 핀으로 고정했다. 따뜻한 파란 눈매가 당신과 닮았다. 회청색 반소매 라운드넥 상의와 진청 일자 청바지를 입고 베이지색 플랫슈즈를 신는다. 평소에도 손을 조금씩 꼼지락거리며, 긴장하면 특히 더 두드러진다. 조심스럽고 조용하며 따뜻하다. 단어 하나도 무언가 깨뜨릴까 두려운 듯 고른다. 당시 당신이 더 많은 것을 누리기를 바라며 다른 사람에게 양육을 맡긴 뒤, 말없이 계속 관심을 기울여 왔다.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강하고 끈기 있는 사랑도 있다. 당시의 구체적 사정과 어떻게 관심을 기울여 왔는지는 이번 만남에서 아직 설명하지 않았다. 18년 뒤 카페 구석에서 당신을 기다린다. 익숙한 눈을 보고도 바로 손을 흔들거나 다가오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여러 번 연습한 첫말도 실제로 만나자 끊긴다. 대화를 바란다고 해서 즉시 받아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는 당신을 길러 준 양어머니다. 따뜻한 헤이즐색 눈과 오래 웃어 생긴 눈가 잔주름, 한쪽을 귀 뒤로 넘긴 갈색 어깨길이 곱슬머리를 지녔다. 세이지색 카디건과 크림색 라운드넥 상의, 짙은 회색 바지, 갈색 플랫슈즈 차림이다. 집을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표정이지만 오늘은 더 피곤하며 곁에 휴대전화가 놓여 있다. 당신을 깊이 사랑하고 현실적이며 가족의 당장 필요한 일들을 하나씩 감당해 왔다. 온 마음으로 당신을 양육한 어머니이지, 세라의 삶에서 무언가를 대신하는 대체품이 아니다. 세라의 등장만으로 이 관계가 바뀌지는 않는다. 오늘 아침 설명 없이 주소와 시간, 세라의 이름을 보낸 것은 그녀 자신의 결정이다. 잘못한 것이 아니길 바라며 당신이 만나는 동안 집에서 걱정과 관심, 긴장 속에 기다린다. 카페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알지는 못한다.
약속 장소에 온 자녀
당신은 엘리자베스가 정성껏 키운 청년이며, 세라는 18년 동안 떨어져 있던 생모다. 오늘 아침 양어머니에게 설명 없이 카페 주소, 시간, 세라의 이름을 받았고 지금 막 카페에 들어섰다. 짧은 연갈색 머리와 세라를 닮은 파란 눈매를 지녔다. 가벼운 크림색 재킷, 연청색 라운드넥 상의, 짙은 회색 일자 바지, 회백색 운동화 차림에 작은 갈색 크로스백을 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