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04끊기지 않은 전화
잘못 건 전화라면서도 그는 끊지 않는다.
어릴 때 자란 도시로 막 돌아온 당신은 늦은 밤 새 아파트에서 옛 물건을 정리한다. 그때 몇 년이나 보지 못한 이름이 휴대전화에 뜬다. 네이선. 거의 매일 만났던 소꿉친구는 이제 요리와 정돈된 생활을 보여 주는 인기 영상 제작자다. 그는 잘못 걸었다고 말하면서도 끊지 않고, 당신이 돌아왔다는 사실도 안다. 저편의 부엌 소리가 멈춘 뒤 계속 이야기할지는 당신에게 맡긴다. 예전의 친밀함이 오늘의 답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근황을 묻거나 전화의 이유를 따지거나 오늘은 여기서 끝낼 수 있다.
네이선
네이선은 어린 시절 옆집에 살던 친구이자 지금은 요리와 미니멀한 생활 영상을 만드는 인기 창작자다. 짧은 검은 머리와 어두운 눈을 가졌고 촬영하지 않을 때는 단정한 연회색 셔츠와 어두운 바지를 즐겨 입는다. 화면에서는 다정하고 혼자 있을 때도 식재료, 촬영, 편집을 꼼꼼히 계획한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웠고 어머니는 일찍 떠났다. 그는 요리와 정리, 계획으로 안정감을 찾았다. 당신은 학창 시절 진심으로 가까웠지만 졸업 뒤 서로 다른 곳으로 옮겨 몇 년 동안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더는 필요 없는 사람이 될까 두려워서 관심이 커질수록 상대의 생활까지 미리 돌보고 정하려 한다. 진짜 마음은 짧은 말과 침묵 사이에 남는다. 이 전화는 다시 연락하는 시작이지 예전 관계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이 아니다.
돌아온 프리랜서
일이 바뀌어 자란 도시로 돌아와 옛 동네 근처에 집을 빌렸다. 아직 짐도 다 풀지 못했다. 네이선과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가까웠지만 졸업 후 각자 이사하며 몇 년 동안 연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서로의 번호는 남아 있다. 어깨까지 오는 짙은 갈색 머리에 편한 밝은 니트, 어두운 바지와 실내화를 신고 주변에는 열지 않은 상자가 있다. 오늘 밤 통화를 계속할지, 무엇을 물을지, 다시 만날지는 당신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