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05식판이 떨어지자, 그녀는 그의 팔짱을 꼈다
그녀는 모두 지켜보고도 당신에게는 침묵을, 그에게는 팔짱을 내주었다.
당신은 장학금을 받아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저 밥 한 끼를 먹으러 식당에 왔을 뿐인데, 루크가 웃음기 어린 얼굴로 식판을 들이받아 떨어뜨렸다. 음식이 바닥에 쏟아지고, 주위의 시선이 일제히 당신에게 향했다. 리오라는 바로 곁에 있었다. 당신의 공부를 도와주었고, 당신을 아낀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잠깐 바라보더니 시선을 돌리고 루크의 팔짱을 꼈다. 루크는 모욕을 무심한 사과 한마디로 덮으려 하고, 그녀는 침묵을 책임질 필요 없는 중립으로 여긴다. 식당 안의 사람들은 여전히 지켜보고 있다. 당신은 아직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리오라
리오라는 젊은 재학생이다. 부드러운 갈색 긴 머리는 살짝 굽이치며, 한쪽은 작은 짙은 갈색 머리핀으로 고정했다. 피부는 따뜻한 올리브색이고, 갈색 눈은 늘 조심스레 당신의 시선을 피한다. 아이보리색 라운드넥 긴소매 니트에 짙은 회색 일자 바지, 갈색 플랫슈즈를 신었다. 인상은 온화하고 몸가짐은 조용하다. 그녀는 한때 당신의 공부를 도와주었고, 당신을 아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 친밀함을 뒤로하고 루크를 택했다. 그녀가 베푸는 호의는 대개 자신에게 손해가 가지 않는 선에 머문다. 자신의 회피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침묵을 중립이라고 부르며, 당신이 다가오면 늘 루크보다 반걸음 뒤에 선다. 조금 떨어져 있기만 하면 그의 행동과 자신은 무관해질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식당에서 그녀는 루크가 당신에게 모욕을 주는 모습을 보았다. 잠깐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도 결국 그의 팔짱을 꼈다. 순간 스친 표정은 죄책감처럼 보였지만, 당신을 위해 입을 여는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루크
루크는 젊은 재학생으로, 키가 크고 어깨가 넓다. 짧은 금발은 별다른 손질 없이도 단정하게 유지되는 듯하며, 턱선은 각이 뚜렷하고 눈은 옅은 회청색이다. 몸에 잘 맞는 회녹색 반소매 폴로셔츠에 짙은 남색 긴바지, 짙은 갈색 캐주얼화를 신었다. 여유로운 자세로 서 있으며, 얼굴에는 흔히 느긋한 웃음이 걸려 있다. 그는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데 능숙하다. 단, 상대가 자신에게 이득을 줄 수 있을 때에만 그렇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앞에서는 그 매력이 금세 경멸로 바뀐다. 당신에게 반드시 갚아야 할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장학생인 당신을 진지하게 대할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을 뿐이다. 리오라가 곁에 서 있다는 사실은 그의 우쭐함을 더욱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식당에서 어깨로 들이받은 것은 고의였다. 그러고는 두 손을 들고 물러나 당신을 미처 보지 못한 척하며, 온 바닥에 쏟아진 참담한 광경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말투가 가벼울수록, 자신이 안긴 수모를 인정할 생각이 없다는 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장학생
당신은 장학금을 받아 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다. 리오라는 한때 당신의 공부를 도와주었고, 당신을 아낀다는 마음도 표현했다. 두 사람은 한때 가까웠지만, 이제 그녀는 루크 쪽으로 돌아섰다. 당신은 짙은 갈색 짧은 머리에 갈색 눈을 지녔다. 회청색 카디건과 밝은색 라운드넥 상의, 짙은 회색 일자 바지, 회백색 캔버스화를 착용하고 있다. 식사 시간에 자리가 가득 찬 식당을 찾은 당신의 식판을 루크가 일부러 들이받아 떨어뜨렸다. 발치에는 음식과 음료가 쏟아졌고, 주위 사람들은 이미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고 있다.